bulletin

한국융연구원 회보 '길'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작성자 정찬승
발행일 2001년 7월 31일
권호 제2권 1호
ㆍ조회: 3358  
IP: 222.xxx.211
西蕉칼럼 - 숲속으로, 꽃길을 따라
 

숲속으로, 꽃길을 따라

 

  “하이머니 ‘숲속’으로 가자.” 두돐반이 넘은 외손자가 외할머니에게 조르는 말이다. 짐의 오른 편으로 돌아나가는 좁은 공간, 어른의 걸음으로 몇발자욱이면 끝나는 그곳엔 나무가 몇그루 있기는 하다. 집의 남쪽으로 향한 한평정도의 꽃밭앞의 좁은 공간을 그는 또한 ‘꽃길’이라 이름하였다. 그래서 ‘숲속’으로 갔다가 으레 ‘꽃길을 따라서’ 돌아와 그곳의 꽃이름을 “이건 하얀 마가렛이야”, “이건 노랑 나리꽃이야” 하면서 자랑스럽게 뇌이는 것이다어른의 눈으로는 그저 작고 평범한 공간도 아이에게는 엄청나게 크고 깊고 놀라운 세계일 것이다도시 속에서 어른들은 곧잘 그것을 잊고 산다한평의 땅, 아니 한 개의 화분에 담긴 흙이 얼마나 놀라운 생명을 길러낼수 있는지를.

 

  내가 아침마다 나가는 성북동 연구원으로 향하는 길목에도 그러한 세계가 있다. 그것은 오십 미터도 안되는 짧은 길가에 펼쳐 있다그길의 오른 편으로는 소박한 연립가옥같은 건물이 있는데 창마다 흐드러지게 핀 꽃화분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건물옆의 좁은 터에는 장미꽃 사이로 접시꽃이 몇그루 줄기차게 솟아 올라 붉은 꽃을 피우고 있다넓은 찻길에 면한 그 집앞 길가에는 여러 가지 꽃화분과 모판이 주른히 놓여 있다아프리카 장미꽃, 베고니아, 봉선화, 메밀꽃, 토란 같은 소박한 화초들이다큰 화분 몇 개에선 보리가 싹을 터서 익어가고 있고 작은 나무상자에 모를 심어 벼가 자라고 있다.

 

  전혀 티를 내지 않으면서 세심한 주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소박한 공간, - 이곳은 나의 ‘꽃길’이다나는 그 꾸밈없는 아름다움에 잔잔한 감동을 느낀다.

 

  사람들이 꽃을 사랑하고 꽃을 가꾸는 마음으로 산다면 세상은 훨씬 밝고 편안해질 것이다꽃은 사람의 마음을 풍성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꽃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잘 가꾸려면 꽃을 알아야 한다꽃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물을 너무 많이 주어서는 안되는 꽃도 있고 그늘을 좋아하는 꽃이 있는가 하면 유난히 햇볕을 좋아하는 꽃도 있다꽃을 사랑하고 가꾼다는 것은 꽃의 생리를 주의 깊게 고려하는 자세를 갖출 것을 전제로 한다그저 꽃을 좋아하는 기분만으로는 꽃을 잘 가꾸기 어렵다.

 

  앓는 사람의 마음을 다루어 나갈 때,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교육하면서 사람들이 진정으로 꽃을 가꾸는 마음으로 한다면 그 미래의 성과는 훨씬 더 클 것이다.

  

  어느 동식물보다도 다양한 개성을 지닌 인간을 치료하고 교육한다면서 어찌 획일주의와 평준화를 잘하는 일이라 두둔할수 있겠는가!

 

‘꽃길’의 저 소박한 화초가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쳐 주고 있다.

 

 

(西蕉 李 符 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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