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letin

한국융연구원 회보 '길'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작성자 정찬승
발행일 2004년 3월 8일
권호 제5권 1호
ㆍ조회: 4524  
IP: 222.xxx.211
번역가를 위한 노트 Notes for Translators
 

번역가를 위한 노트 

Notes for Translators

 

이부영 B.Y. Rhi

 

근년 융의 기본저작집 번역과 감수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게 되었다. 이 글은 나 개인의 경험을 통해 후진들에게 주는 충언이다.

 

Ⅰ「번역」이란 무엇인가?

1. 원저자가 쓴 원어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2. 원저자의 글을 일어나 영어로 또는 불어 등으로 옮긴 것을 되옮기는「중역」은 결코 바른「번역」이라 할 수 없다.

3.「편역」이란 적당히 자기식대로 엮어서 번역한 것인데 이것은 번역이 아니고  학자가 할 일도 아니다.

4.「초역」역시 번역이 아니다.

 

그런데 번역을 하는 사람이 독자가 알아듣기 쉽게 한다고 적당이 문장을 자르고 건너 뛰어 번역하는 경우가 있다. 경계해야 할 나쁜 습관이다.

 

 

Ⅱ 번역자의 조건

1. 번역대상인 저서의 사상을 충분히 연구한 사람으로 이를 이해하고 또한 친근감을 가져야 한다.

2. 원저자가 쓴 언어의 어휘, 어감, 문장구성 등 모든 면에서 숙달되어 있어야 한다.

3. 국어의 어휘가 풍부하고 문장력이 있어야 한다.

4. 꼼꼼하면서도 인내력이 있어 꾸준한 마음의 소유자라야 하며 결코 자기의 재질에 자만하거나 오만해서는 안되고 겸손해야 한다.

5. 감수자의 수정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드리고 또한 이견이 있으면 합리적인 토의를 거쳐 서로 협동할 수 있어야 한다.

 

 

Ⅲ 번역의 조건

1.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2. 혼자 하는 경우에도 보조자가 최소한 3명 필요하다.

동료로서 조언할 보조자 1, 독자의 입장에서 읽고 지적해줄 사람, 문법, 색인, 표지 기타 편집상의 교정자.(출판사편집부)

3. 특수한 언어(고대독어, 그리스, 라틴어)에 관한 전문가 자문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4. 직접 워드프로세싱을 하지 않을 경우 숙련된 필사자가 있어야 한다.

5. 번역운용비가 필요하다.

6. 좋은 사전들은 필수적이다.

7. 번역인세가 너무 낮아서는 안 된다.

 

 

Ⅳ 번역의 목표 : 저자의 사상, 학설을 우리나라 독자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

1. 우리나라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어야 한다.

2. 동시에 저자의 독특한 문체, 논법을 손상시키지 않아야 한다.

3. 지나친 직역은 이해하기 어렵고 지나친 의욕은 읽기에 쉬우나 원문이 풍기는 맛을 죽인다.

 

 

Ⅴ 번역의 진행

1.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부터 꼼꼼히 번역해 나간다.

‘초벌’번역하고 뒤에 다시 보는 방식도 있으나 나는 앞의 방법을 권한다. 초벌번역을 빨리 하노라고 못보고 지나간 부분을 두 번째 작업할 때 다시 놓치 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2. 아는 단어도 꼭 사전을 다시 찾을 것.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된 것을 모르고 오역하는 수가 있다.

3. 독일어의 긴 관계문장들은 적당히 잘라서 설명해야 의미가 쉽게 전달된다그러나 너무 잘라서 그때마다 주어를 되풀이하면 문장이 답답해진다. 어떻게 자르고 어떻게 문장을 구성하느냐 하는 것은 번역자의 재질에 달렸다.

4. 누구나 자주 쓰는 단어가 있다. ‘역시를 많이 쓰거나 ‘그러나’를 많이 쓰는 사람, 혹은 문법에 맞지 않은 언어표현(‘되어지다’는 등)을 쓴다. 또는 사투리가 섞이는 수가 있다. 자기의 버릇을 빨리 발견할수록 좋다.

5. 번역은 반드시 다른 동학의 동료로 하여금 읽도록 하여 교정을 받아야 하고 이때 자기의 독특한 말투를 지적 받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6. 오역을 발견하거나 지적 받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어떤 훌륭한 번역에도 오역은 있다. 완전무결한 번역은 없다. 다만 최선의 온전한 번역이 있을 뿐.

7. 오역의 원인은 외국어 능력의 미숙함이 아니라면 대개 선입견 때문이고 그 배경에는 급한 마음, 정신적 피로로 인한 주의력 결핍이다. 때로는 필사를 되풀이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글자의 탈락 등이 있다. 그러므로 교정 시에는 항상 전체를 원문과 대조하며 읽어야 한다.

8. 이미 같은 책이 영어나 일어, 또는 불어 등으로 번역되어 출간된 경우라도 전혀 이것을 보지 않고 자기식대로 번역하는 것은 옳은 태도이다. 남의 것을 보는 것은 꼭 컨닝 같은 부정행위와 같다. 그러나 너무 경직될 필요는 없다. 권위 있는 영어, 일어, 불어번역서라면 좋은 우리말 번역을 위해 문맥이 불확실할 경우 때로는 참고할 수 있다. 다만 국역이 완전히 끝난 뒤에 대조해 보아야 한다. 때로는 그쪽 표현이, 때로는 자기의 표현이 더 좋은 때가 있다. 때로는 그쪽의 심각한 오역을 발견할 때도 있다. 어디까지나 참고할 뿐 모방해서는 안 된다. 이미 남이 국역한 것을 보고 베낀다면 비윤리적인 행위로 마땅히 지탄 받아야 할 일이다.

9. 마지막으로 번역원고를 독자의 입장에서 그 방면 연구생에게 읽게 하여 의견을 듣고 원문과 대조하여 고칠 것은 고친다.

 

 

Ⅵ 감수

남이 번역한 것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을「감수」또는「감역」이라 한다.

1.  감수는 될 수 있는 대로 안 하는 것이 좋다. 책임은 무겁고 성과는 항상 만족스럽지 못하며 또한 상대방의 기분을 건드리는 작업을 감수해야 한다.(이름만 내건 감수는 감수가 아니다.)

2. 한 사상가의 전집 또는 선집의 공동 번역일 경우는 전체 감수가 다음 작업을 위해 필요하다.

1. 학술용어의 통일

2. 문체의 적절한 조정과 통일

3. 체재(활자크기, 모양, 단락 등)의 통일 (출판사소관)

4. 필요한 경우 내용의 대조와 교정

3. 공동번역일 경우 역자회의를 자주 열어 의문점을 토의하는 방법도 있고 감수자가 개인적으로 번역자에게 대안을 제시하며 토의하는 방법도 있다.  

 

 

Ⅶ 번역서의 감별 :

1. 무엇이 좋은 번역서인지 원서를 읽고 대조해 보기 전에는 알 도리가 없다.

2. 번역가의 번역경력, 학문적 배경을 본다. 그 책이 번역가의 전문영역인지, 전공한 것도 아닌데 이것 저것 번역을 많이 했다면 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3. 문장이 너무 유려하거나, 쉽고 재미 있게 써서 전혀 외국어의 번역 같은 느낌을 주지 않은 번역은 가장 잘된 번역이거나 가장 엉성하지만 작화술作話術Confabulation적 방법으로 가장 잘 치장된 번역서이다. 이런 책은 학문의 진수를 호도한다. 사상서의 번역일 경우 오히려 약간 딱딱한 직역풍의 역서에 더 믿음이 간다.

 

 

좋은 번역서를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번역은 어렵다. 인세도 아주 적고 그렇게 애를 써도 자기의 저서가 아니니 그만큼 보람이 적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학문의 토양이 깊지 못한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신뢰성 있는 번역이 많이 나와야 한다. 좋은 번역을 촉진시키는 국가적인 지원책도 필요하다. 번역하는 사람이 오직 그 저자의 학문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풍토가 이루어져 좋은 번역문화가 정착되어야겠고 출판사도 지속적으로 오역을 수정하여 번역문화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발행일 권호
26 융의 어록 2005년 4월 13일 제6권 1호 3311
25 西蕉칼럼 - 原因論에서 條件論으로 2005년 4월 13일 제6권 1호 3538
24 분석심리학 용어해설 - 심리학적 유형 (3) -사고형(思考型) Thinking type 2004년 9월 15일 제5권 2호 5618
23 융의 어록 2004년 9월 15일 제5권 2호 3033
22 西蕉칼럼 - 여름을 보내면서 2004년 9월 15일 제5권 2호 2858
21 분석심리학 용어해설 - 심리학적 유형 (2) -외향형/내향형 2004년 3월 8일 제5권 1호 4610
20 번역가를 위한 노트 Notes for Translators 2004년 3월 8일 제5권 1호 4524
19 西蕉칼럼 - 봄은 오고 있다 2004년 3월 8일 제5권 1호 2732
18 분석심리학 용어해설 - 심리학적 유형 Psychological Types (1) 2003년 9월 30일 제4권 2호 5418
17 융의 어록 2003년 9월 30일 제4권 2호 2773
16 西蕉칼럼 - ‘융’을 번역하면서 Translating Jung's Basic Works 2003년 9월 30일 제4권 2호 2891
15 분석심리학 용어해설 - 개성화 Individuation (자기실현) 2003년 2월 28일 제4권 1호 3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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