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letin

한국융연구원 회보 '길'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작성자 정찬승
발행일 2003년 9월 30일
권호 제4권 2호
ㆍ조회: 2891  
IP: 222.xxx.211
西蕉칼럼 - ‘융’을 번역하면서 Translating Jung's Basic Works
 

‘융’을 번역하면서

Translating Jung's Basic Works

 

  번역은 또 하나의 새로운 창작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문예작품에나 해당되는 말이다사상을 번역하는 것은 시를 번역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물론 작가나 저자의 정신 속으로 들어가서 그의 내밀한 언어를 읽고 그 정수를 이에 해당하는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둘은 같은 목적을 지니고 있다그러나 겉으로 표현된 언어의 성질과 그 장벽을 뚫고 들어가는 접근방향은 반드시 같을 수 없다.

  ‘융의 언어’―그것은 한마디로 ‘가시밭’이다그의 언어와 그의 문장은 때로는 그의 사상보다 어렵다독일어 특유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관계문장은 고사하고 정신의 전체성을 충실히 묘사하기 위한 표현의 복합성, 때론 느닷없는 직관적 비약, 게다가 원시적 결혼체계, 중세연금술, 고대민족들의 신화와 종교에 관한 방대한 문헌이 라틴어, 그리스어로 묘사되기가 일수이고 웬만한 독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고대독일어가 수두룩하다,

  자기는 원서를 옆에 놓고 글 쓰듯이 술술 써내려 간다고 자랑하는 번역가도 있다. 그럴 수 있는 대목도 없지 않지만 그런 사람은 믿을 만한 번역가가 아니다그런 식으로 쓴 매끈한 번역문은 읽기엔 편하지만 좀 수상쩍은 데가 있다번역하다 보면 가다 오다 뜻밖의 복병이 나타나 글자 하나 때문에 이에 걸맞은 표현을 찾느라 많은 시간 쩔쩔매는 일이 허다한 법이다.

  한국 융 연구원에서 융의 기본저작집 전 9권의 번역을 맡아 번역위원회를 조직하고 독일어 원전에서 직접 번역을 시작한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작년 말까지 이미 세 권이 나왔고 금년 말까지 또 세 권을 출간하기 위해 번역위원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번역은 여러모로 엄청난 에너지를 빼앗는 작업인데 비해 큰 보람은 없다고들 한다일리가 있는 말이다그러나 분석심리학 분야의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 융의 저작을 번역한다는 것에는 특별한 뜻이 있다융의 사상을 깊이 이해하고 소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평소에는 무심코 지나간 부분에서 뜻밖의 지혜로운 명언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그리고 히말라야의 영봉을 오르는 사람처럼, 결코 빨리 갈 수 없는 가파른 언덕을 한 걸음, 한 걸음, 한 글자, 한 문장을 짚어보고 새겨보면서 마침내 정상에 올랐을 때의 안도감과 보람,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고행길이 가르쳐주는 인내와 겸손을 위하여 우리는 이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

 

(西蕉 李符永 院長) B.Y. RHI

발행일 권호
26 융의 어록 2005년 4월 13일 제6권 1호 3310
25 西蕉칼럼 - 原因論에서 條件論으로 2005년 4월 13일 제6권 1호 3538
24 분석심리학 용어해설 - 심리학적 유형 (3) -사고형(思考型) Thinking type 2004년 9월 15일 제5권 2호 5618
23 융의 어록 2004년 9월 15일 제5권 2호 3033
22 西蕉칼럼 - 여름을 보내면서 2004년 9월 15일 제5권 2호 2858
21 분석심리학 용어해설 - 심리학적 유형 (2) -외향형/내향형 2004년 3월 8일 제5권 1호 4610
20 번역가를 위한 노트 Notes for Translators 2004년 3월 8일 제5권 1호 4523
19 西蕉칼럼 - 봄은 오고 있다 2004년 3월 8일 제5권 1호 2732
18 분석심리학 용어해설 - 심리학적 유형 Psychological Types (1) 2003년 9월 30일 제4권 2호 5418
17 융의 어록 2003년 9월 30일 제4권 2호 2773
16 西蕉칼럼 - ‘융’을 번역하면서 Translating Jung's Basic Works 2003년 9월 30일 제4권 2호 2891
15 분석심리학 용어해설 - 개성화 Individuation (자기실현) 2003년 2월 28일 제4권 1호 3765
1234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