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letin

한국융연구원 회보 '길'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작성자 한국융연구원
발행일 2008년 4월 1일
권호 제9권 1호
ㆍ조회: 2231  
IP: 211.xxx.125
융의 어록 - 돌에 관한 명상

C. G. 융 의 語 錄 C.G.Jung Speaking

 

<융의 편지 가운데서>

From letters of Jung

돌에 관한 명상

Meditating on the Stone

 

1956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여성이 돌에 관한 명상을 책으로 엮어 융에게 보냈다. 아래의 편지는 그원고를 읽고 보낸 첫 번 째 편지이다. 융은 저자가 돌을 무한한 사고의 표상들의 표현으로 이해한 점에 공감을 표시하고 상징을 그런 식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상징을 이해할 때 빠지기 쉬운 知的이고 美的인, 혹은 형이상학적인 설명을 경계하고 있고 상징에 관한 융 자신의 견해를 너무 절대적인 진리처럼 생각하지 말도록 권하고 있다. 다음의 두 번째 편지를 포함해서 상징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내용이다. --- (편집자 주)

 

오커스 양에게, 1956. 2. 11.

____ 상징을 그런 식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돌을 쪼을 때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1) 나는 그저 내가 돌의 표면에서 본 대로 형상을 만들었습니다. 당신은 때때로 마치 나의 상징과 이에 대한 나의 글이 일종의 신앙고백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마치 신지학 Theosophie 근처를 맴도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바로 미국에서 사람들은 내가 신비주의를 일삼는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나는 결코 내가 형이상학적 진리를 소유하는 행운을 걸머쥐었다고 장담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나의 상징들이나 당신이 시도하는 설명을 잠정적인 것으로 보아주면 좋겠습니다. 나는 종교적인 관련에서나 그밖의 다른 관련에서 나의 상징들에 관해 확실한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내일 그것들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들은 다만 무엇을 시사할 뿐 입니다. 그것들은 어떤 것을 암시합니다, 그것들은 더듬거립니다. 그리고 자주 헤매지요. 그것이 시도하는 것은 그저 어떤 방향을 가리키려는 것입니다. 즉, 존재의 비밀이 그 뒤에 숨어 있는 저 어두은 지평을 말입니다. 그것들은 결코 그노시스( 영지靈智, 신비적 직관 - 역주 )나 형이상학적 주장이 아닙니다. 부분적으로 그것은 심지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는 불충분하고 불확실한 시도들입니다. 그러므로 그 수는 끝없이 많고 그 각각의 타당성은 불확실합니다. 그것은 그려낼 수 없는 것을 설명하고 정의하며, 형상화하려는 겸손한 노력입니다. “ 끝없는 자연이어, 너의 어디를 내가 이해하랴? ”( 파우스트 ) 상징들은 학설을 만들지 않습니다. 다만 말 할 수 없는 비의秘儀 Mysterium 의 체험을 표현한 것이거나 이에 대한 응답입니다.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돌은 사고의 표상들만으로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감정에서, 그리고 분위기, 즉, 그것이 있는 장소가 풍기는 특별한 분위기에서 생겨났습니다. 돌은 호수와 언덕 사이의 외로운 곳에 속합니다. 행복한 고독, 장소의 수호신, 선택된, 담으로 둘러싸인 장소가 주는 마력 등이 돌의 표현을 이루어냅니다. 돌은 그 밖의 어떤 다른 것일 수 없을 것입니다. 돌은 그의 주변과 이어주는 많은 실들로 엮어진 비밀스런 직물 없이 생각할 수도 올바르게 이해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오직 그곳, 그의 고독 속에서 그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Orphanum sum ( 나는 고아다. )라고.- 그리고 오직 그곳에서 돌은 의미를 가집니다. 그는 거기에 자기 자신을 위해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저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를 봅니다. 오직 그러한 환경 속에서 돌은 태초로부터 내려온, 그리고 조상의 삶에서 나온 그의 비밀의 고지告知를 속삭일 것입니다.

당신의 원고를 보여주어서 감사합니다.

C.G. 융

 


<두번째 편지>(1957. 10. 3.)

 

친애하는 오커스 양,

 

돌에 관한 당신의 에쎄이에 대하여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왔기에 응답하고자 합니다. 나는 그 글이 좀 너무 지적知的이라고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오직 사고내용 만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편지에서 이미 분위기에 대해 지적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쉽게도 그 분위기가 나타내는 매우 중요한 감정적 배경이 없습니다. 그것은 물론 전적으로 예술적인 관점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돌에 대면하여 올바른 태도를 갖기를 원한다면 당신은 돌이 그의 환경 가운데에 서 있는 모습을 정확하게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물, 언덕, 조망, 그 세워진 모습이 풍기는 분위기, 거듭되는 낮과 밤들, 변하는 계절, 태양, 바람과

비, 그리고 그 땅 가까이에 살면서 매일매일 명상 가운데서 그렇게 있는 그것이 모든 것이라는 그의 앎을 간직하고 있는 한 남자를. - 조화와 부조화가 돌 주위의 공기를 가득 채우고 아득한 지난 날 들의 추억들, 감추어진 미래에 대한 전망, 그 세계 속으로는 돌이 어디에서도 떨어진 일이 없는, 멀리 있으나 실재한다고들 말하는 세계의 반영을. - 하나의 기묘한 계시와 경고. 한동안 이와 같은 전체성속에서 살도록 애써보십시오. 그리고 당신에게 무엇이 일어나는지 보십시오.


 

C. G. 융


 

(1) 융은 볼링겐 호수가의 성탑에서 돌에 나타난 무의식의 형상을 조각하는 작업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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