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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융연구원 회보 '길'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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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3월 31일
권호 제12권 1호
ㆍ조회: 2951  
IP: 211.xxx.125
西蕉칼럼 - 새 해 경주에서

서초西蕉칼럼

Seocho Column

 

새 해 경주에서



새 해 초에 경주를 다녀왔다. 참으로 오랜만의 경주 나들이였다. 경주국립 박물관에서 황남대총 皇南大塚 유물이 대대적으로 전시중이라는 소식이 있었다. 마침 고속철도 신경주역도 개통 되어 쉬기도 할 겸 아내와 함께 일박이일예정으로 훌쩍 서울을 떠났는데 뜻밖에 얻은 것이 많았다.

 

I

첫날은 박물관이 문을 닫는 월요일이어서 얼어붙은 보문단지의 호수가의 길을 찬 바람을 뚫고 한 시간 쯤 행군하고 여기저기 사람이 없는 빈 공원과 기념비와 건물들을 기웃거렸다. 매서운 바람이었지만 맑게 개인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살은 따사로웠다. 박목월의 시비가 황량한 겨울 보문단지에 그래도 한 점 문학적 정취를 남기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시내로 나가기 전에 먼저 힐튼 호텔 옆에 있는 선재미술관의 현대미술의 시각기획전을 보기로 하였다. 큰 기대를 갖지는 않았다. 현대미술은 모두 실험과 장난스런 놀이 같아서 오래 감상할 만 한 것이 못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번째 전시실에서 나는 한 외국인 작가의 작품 앞에서 압도당하고 말았다. 80개의 앉아 있는 사람의 벌거숭이 등이 방 가득이 정좌하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 참선하는 수도승 들 같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머리도 팔도 다리도 없었고 앞으로 보면 가슴도 배도 텅 비어 있었다. 등어리 만은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듯했다. 거친 마포를 아교로 이리 붙치고 저리 붙쳐 주름진 회색의 등은 회초리로 맞은 것도 같고 말할 수 없는 고뇌를 호소하고 있었다. 작가는 1930년 폴랜드 태생의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 Magdalena Abakanowicz, 이 작품은 1976-82 사이에 제작된 작품으로 제목이 'Back 80'이다. 여러 가지 상념이 떠올랐다. 구 쏘련 시절 시베리아로 끌려간 정치범들, 유대인 수용소의 가스실에서 사라져간 사람들, 혹은 머리도 비우고 내장도 팔다리도 다 비우고 떼어버린 성자聖者들의 무리들. - ‘조용해진 존재들의 공간이라는 제목의 40개의 등은 원폭이 투하된 일본 히로시마의 현대미술관 옥외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2층 전시실에는 2년 전에 작고하신 재불 화가 이성자 李星子씨의 그림이 있었다. 이중의 구름이 화폭 하단에 그려져 있고 그 위에 넓고 파란 하늘이 있다. 사방에 작은 빤짝이는 가루들이 여기 저기 뿌려진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화폭중간 아래 부분에 색동저고리 띠 같은 예뿐 띠가 크고 작은 반원모양을 이루며 모여 있는 그림이다. 반원 띠 안에는 또 여러 색 갈과 모양의 작은 띠들이 있고 반원은 등을 돌리기도 마주 보기도 하면서 모여 있다. 제목에 이르되 지구반대편으로 가는 길’ Chemin des antipodes No.6‘이다. 나는 이 그림의 저 색동 띠에서 화가의 심혼, 혹은 혼령들을 연상했다. 성층권 너머에 오손 도손 모여 있는 가족들의 혼들, 그 혼들의 아름다운 춤과 같은 것. 먼 타향에서 화가는 그것을 그렸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II

황남대총 유물 전시, 정확하게 신라능묘 특별전 1 황남대총 신라왕, 왕비와 함께 잠들다라는 전시는 훌륭했다. 앞으로 특별전을 여러 번 할 모양이니 기대된다. 여기서도 많은 것을 배웠고 또한 많은 상상을 해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비단벌레 장식이었는데 황남대총에는 비단벌레를 사용하여 만든 화려한 말갖춤이 있었다. 비단벌레는 옥충 玉蟲이라고도 부르는 갑충인데 금 녹색 또는 금 남색을 띈 날개양쪽에 각 각 금 보랏빛의 줄이 세로로 나 있는 매우 화려한 곤충이다. 이 곤충의 날개를 잘라서 황금 틀 안에 가지런히 채우고 그 위에 용무늬나 봉황무늬의 금 틀을 씌우면 그 무늬사이에서 환상적인 색갈이 드러나게 되는데 천오백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그 색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것은 황금 말안장, 말띠 드리게 등에 장식되어 있었다. 왜 유독 말갖춤에서 비단벌레를 사용했을까. 설명에 의하면 말은 영혼을 저승으로 모셔가는 인도자로 매우 귀하게 다루어졌는데 그런 뜻에서 무덤의 상층에 놓아두었다고 했다. 화려한 장식만을 위해서 비단벌레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닌 신비한 힘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된다.

비단벌레를 장식으로 사용하는 지역이 한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 이르기 까지 여러 지역에 분포되어있는 것을 보아도 비단벌레가 어떤 보편적인 상징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에집드 고대사회에서 창조, 불사, 풍요와 재생, 그리고 태양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무지개 빛나는 일종의 딱정벌레, 스카라베우스Scarabaeus와는 어떤 연관이 있을 까. 궁금해진다. 비단벌레는 말갖춤에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신라 왕능의 투조 透彫된 금동관에서도 발견되고 고구려고분에서도 투조 금구에서 발견될 뿐 아니라 신라에서는 의복의 장식물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하니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밖에도 궁금한 것이 많았다. 남성은 허리띠에서 길게 늘어뜨리는 장식이 왼쪽에 있고 여성은 오른 쪽에 있으며 남성은 남쪽에, 여성은 북쪽에 관을 마련한 까닭은 무엇인가. 그리고 허리띠에 늘어뜨린 장식의 마디가 아홉, 여섯, 다섯인 것은 어떤 의미일 까. 사람모양의 많은 말띠 드리게는 무슨 뜻일까. 허리에 주렁주렁 매달린 물고기, , 그 밖의 것들은 다 무엇인가. 황금의 세련된 조각으로 문명화되기는 하였으나 신라 마립간의 유물에서 나는 헨체가 주장하였드시 시베리아 샤만의 사슴뿔로 된 머리관을 연상하였고 마립간의 허리 띠에서 퉁구스 족 샤만 들의 복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쇠로 만든 인형, 가면, 동물들을 연상했다. 춤추면 찰랑 찰랑 쇠소리를 냈을 터이고 악귀들은 사방으로 달아났을 것이다.

기원 4.5세기로 추정되는 황남대총의 주인이 누군지 아직 우리는 정확히 모른다. 어쨋든 천오백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 마립간 부부는 한줌의 흙으로 사라졌지만 저 많은 황금의 관, 허리띠, 귀걸이, 팔찌, 구두, 목걸이, 마구들, 토기 그릇들과 제기祭器와 온갖 부장품을 남기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그 시대를 증언하고 많은 수수께끼를 던져주고 있다.

그것은 꼭 저 선제미술관에 걸려있는 이성자화백의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이라는 그림속의 반원의 색동 띠와 같은 것이다. 사람은 갔으되 저 그림 속에서 영혼의 스펙트럼으로 남아서 오가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비단 벌레의 현란한 무지개 빛이 천년의 세월을 견디어내듯이. (B.Y. Rhi)

발행일 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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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융의 어록 2011년 3월 31일 제12권 1호 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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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융의 어록 2010년 10월 25일 제11권 2호 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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