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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융연구원 회보 '길'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작성자 한국융연구원
발행일 2010년 4월 12일
권호 제11권 1호
ㆍ조회: 4961  
IP: 211.xxx.125
분석심리학 이야기(5) - 페르조나(II)

분석심리학 이야기(5)

Stories of Analytical Psychology

 

페르조나 Persona ( II )

李 符 永

Rhi, Bou-Yong

 

 

페르조나 발견

페르조나가 집단정신, 집단이 개인에게 요구하는 행동규법, 사회적 역할이라고 설명하면 대개 쉽게 이해한다. 그것은 진정한 자기자신의 삶과 똑 같은 것이 아니므로 페르조나와 동일시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찾아야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수긍한다. 그러나 정작 자기가 어떤 페르조나를 쓰고 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같은 문화권 에서 같은 페르조나를 쓰고 살다 보면 그것이 페르조나, 즉 집단적 규범인지 자기자신의 생각과 판단인지 구별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페르조나와의 동일시가 어느 정도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의 페르조나를 확실히 알려면 자기가 자라온 사회의 전통과는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로 가서 자기와 다른 집단의 사고, 판단, 가치관과 부딛혀볼 필요가 있다.

 

1960년대 초 나는 내가 스위스에 유학가서 살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유교적 페르조나를 가지고 살아왔는지를 비로소 느꼈다. 그전 까지는 스스로 전통적 인습적 가치관에 비판적인 개성적인 생각의 소유자라고 믿었었다. 어른을 공경하고 남을 배려하며 겸손해야 하며 나를 남앞에서 낮추며 항상 전체의 일부로 의식하여 전체와의 조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생각,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 외형적으로 유명한 것, 권위있는 것을 높이 샀던 성향등이 특히 눈에 띄었는데 이것이 서유럽인들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고판단과 감정표현 외 성향과 부디칠 때 나는 적지 않게 당황하거나 화를 내기도 했다.

 

1995년 뉴욕 유니온 산학대학원의 석좌교수로 가 있을 때 이야기이다. 대학의 학생신문의 한 기자가 면담을 청하면서 여기 와서 지내보니 동양인으로서 서양사회에 대해 무슨 문화적인 차이 같은 것을 느낀 적이 없는가 물었다. 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런 것을 느낀 적이 없다. 나는 서양을 잘 알고 있어서 불편함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뒤 얼마 지나서 대학의 행정담당 교수가 졸업식이 있는데 참가하겠는가 물어왔다. 내가 물었다. “ 가야하나요? ” “당신이 원한다면요.”( If you want.) ‘내가 원한다면 ?(If I want?') 나는 순간 당혹감을 느꼈다. 무슨 졸업식이 내가 가고 싶으면 가고 가고 싶지 않으면 안가는 그런 졸업식이 있는가. 석좌교수도 으레 참석한다고 하면 쉽게 결정할 터인데 나의 마음은 졸업식에 가고 싶은 것도 안가고 싶은 것도 아닌 터라 더욱 결정이 어려워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가겠다고 하여 박사 가운을 빌려 입고 행진도 함께하고 졸업식을 어떻게 하는지 경험했는데 결과는 좋았다. 이 평범한 사건에서 나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한국적 페르조나에 맞추어 사는데 익숙해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당신이 원한다면”이라는 말은 집단의 판단과 집단적인 관습에 맞추고 그 뒤에 숨어 있으려 했던 ’나‘를 가차 없이 호출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하고 싶지 않은지를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하였다. ’당신이 원한다면‘이라는 말은 집단의 의견이나 관점 보다 개인의 의사와 감정을 존중하는 문화풍토에서 나온 말이다. 이것이 서양이다. 나는 그 차이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동양과 서양의 같은 점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있은 뒤에 내 귀에는 ’If you want'라는 말이 유난히 자주 들렸다.

한국에 돌아오니 이번에는 ‘당신이 무엇을 원하느냐’ 하는 말 보다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남들이 뭐라고 할까’ ‘남들은 어떻게 하나’ - 온통 남들을 고려하면서 어떤 모임에 ‘가야 되나’, 무엇을 해야 되나‘ 하는 말들을 자주 듣게 된다. 그 때 마다 나는 ’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으로 페르조나 뒤에 숨은 그의 개인적 소망과 의도를 의식하게 하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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