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letin

한국융연구원 회보 '길'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작성자 한국융연구원
발행일 2011년 10월 18일
권호 제12권 2호
ㆍ조회: 5745  
IP: 211.xxx.125
西蕉칼럼 - C. G. 융의 유산 - C.G. 융 서거 50주년을 보내며

서초西蕉칼럼

Seocho Column

 

 

C. G. 융의 유산

- C.G. 융 서거 50주년을 보내며

 

The legacy of C.G. Jung - In commemoration of the 50th anniversary of

the C.G. Jung's passing

 

 

7월 하순 경에 국제 분석심리학회에서 융 서거 50주년을 기념하여 각 대륙의 회원들의 글을 모으고 있는데 나더러 꼭 참여해달라는 편지를 받았다. 주제는 융의 유산으로 각 지역의 특수한 문화배경에서 융이 어떻게 받아드려지고 어떻게 그의 사상이 이식되었는가를 비교해보는 기회를 웹사이트에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그래서 1962년 내가 스위스 취리히 융 연구소에서 개인적으로 융을 공부하던 과정과 1968년 한국에 돌아와서 경험한 융의 분석심리학 교육과 정신치료 과정, 한국의 융 학파 분석가들의 연구와 분석가 수련 상황, 그리고 우리가 계승하고 지켜야할 분석심리학의 본질에 관한 것 등을 적어서 보냈다. 그 이야기를 잠시 하기로 하겠다.

 

C. G 융은 196166일 돌아가셨다. 그는 1875726일 태어났으니 19세기하반기에서 20세기 중반을 훨씬 넘은 시기를 살다 간 사람이다. 그가 남긴 정신적 유산은 엄청나다. 그는 다방면에 걸친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내가 융을 공부하기 시작한지 50년이 되지만 나는 아직 그의 방대한 지식과 인간정신에 대한 깊고 예리한 통찰을 충분히 소화시켰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의 글은 읽을 때 마다 새롭다. ‘나는 융과는 의견이 다르다.’고 하면서 새로운주장을 하는 사람을 보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융을 얼마나 알기에 저러는가 생각하게 된다. 한국에서의 분석심리학을 돌이켜보면 아직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가 유럽에서 돌아와서 융의 사상만 소개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줄 곳 분석심리학을 가르치고 치료하기를 40여년이나 해왔는데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 반문하게 된다. 물론 지금의 현실은 1968년 내가 귀국했을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융 학파의 분석가가 어언 20명에 육박하고 수련자가 30명이나 있다. 분석심리학설에 대한 현재의 관심과 인식의 정도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물론 정신과의사들의 분석정신치료에 대한 열정이나 관심은 몇몇 수련병원의 의사들을 제외하면 오히려 퇴조되어가는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나의 허전함은 외적이고 양적인 면 보다 본질적인 면에 대한 불확실성과 관계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융의 유산의 올바른 계승이라는 과제에 연계되어 있다.

 

C.G.융의 수제자, 마리 루이제 폰 프란츠가 말했다. 융의 무의식관은 19세기 과학합리주의에 종언을 고한 것이었음을.- 과학적 합리주의가 지나치게 발달했다고 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한국에서 융의 사상은 무엇이었던가. 합리주의와 논리적 명징성을 끝까지 추구하기를 원하는 젊은 과학도들에게 융의 언어는 - 일찍이 젊은 날의 나의 경우처럼 - 그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의사들의 머리는 너무나 과학적으로 훈련되어 있어서 이것 아니면 저것’ Either-Or 이라는 논법에 익숙하다. ‘이것이기도 하고 저것이기도 한’ Sowohl als auch 관점은 선듯 받아드리기를 주저한다. 어딘가 과학적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정신현상을 전체로서 볼 수 있는 융의 전체적 관점이 있고 융이 우리에게 남긴 위대한 유산의 하나가 있다.

 

무엇이 과학적인가. 융은 정신현상을 보는 자기의 관점은 현상학적인 것, , 있는 그대로의 심리적 사실을 관찰하는 학문이며 그런 의미에서 자연과학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의 의학은 아직 19세기적인 인과론에 매달리고 있다. 그것은 물론 물질과학이나 신체의학에서는 아직 매우 유효한 관점이다. 그러나 정신현상이나 정신신체장애에서는 인과론만으로는 그 현상의 전체를 볼 수 없다. 인과론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목적론이 추가되어야한다고 융은 주장한다. 왜냐하면 무의식뿐 아니라 모든 생명현상은 목적지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C.G.융의 유산은 그의 방대한 지식이 아니라 정신현상을 보는 그의 기본 태도에 있다. 그는 인간과 그의 고통을 보는 새로운 시각視覺을 제시하였다. 고통 받는 인간에 대한 국소적 인과적결정론의 시각에서 목적의미로의 시점의 전환, 어쩌면 코페르닉스적인 대전환을 거쳐 정신을 전체로서 보는 것, 여기에 분석심리학의 핵심이 있다. 그가 보는 전체정신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직 상징으로 파악되며 누미노제를 지닌 무의식의 원형적 심층이 포함된다. 심지어 신체기능에 접한 가설적인 정신 비슷한 기능’psychoid function 까지도 이에 포함된다.

 

C.G. 융은 무엇보다 무의식이 창조적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는 각 개체로 하여금 전체가 되게 하는 핵심적인 조절자가 각개인의 무의식에서 부단히 자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안다. 우리의 치료적 접근이 이 전체정신의 의도를 살펴가는 작업이다.

융의 사전에는 환자가 없다. 고통 받는 한 인간이 있을 뿐이다. 고통에는 원인 뿐 아니라 숨은 무의식적인 의미가 있으며 분석가는 그 목적의미를 피분석자와 함께 찾아서 실현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에게 정신치료는 한 개체와 다른 한 개체와의 만남이며 대화의 과정이다. 그는 기존의 의학적 일반 치료체계에 매이지 않고 개인 개인의 특수성에 알맞는 치료를 지향한다. 그 개인의 의식 무의식의 전체정신을 실현하는데 집중한다. 세계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은 오직 개인의 변화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이 융 고유의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융은 동서양의 정신적 전통 속에 일찍이 제창되던 하나인 마음, 일심一心과 하나의 세계 unus mundus가 인간심성 속에 살아있음을 증명했고 이를 토대로 무의식을 의식화함으로써 앓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을 현대 심리학적 관점에서 개척하였던 것이다.

 

분석심리학설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살아있는 지식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의식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다. 죽은 신화, 죽은 상징이 아니라 살아있는 신화와 상징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몸소 각자가 자기의 무의식, , 꿈과 환상을 들여다보고 그 의미를 음미할 수 있어야한다. 전문가로서 남의 꿈을 이해하고 거기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려면 어쩔 수 없이 스스로 긴 수련과정을 밟아야한다. 그러므로 융학파의 분석가 수련에는 속성과정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융의 심리학적 기본입장에 공감을 가지고 개인분석도 받으면서 그 입장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의 마음과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 또한 융의 유산을 나누어가지는 소중한 도반들이다. 다만 주의할 것은 인간무의식의 끝없는 신비를 앞에 두고 자아의 오만이나 영웅심리에 빠지지 말고, 주의 깊고 성실하게 관조하는, , 렐리기오religio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한다는 점이다. 결국 대중에게 그러한 자세를 가르치는 것은 이 땅에서 활동하는 융학파 분석가들 한사람 한사람의 책임일 터이다.

(李符永B.Y. Rhi)

 

발행일 권호
한국융연구원 회보 ‘길’지 우송에 대한 안내 16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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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융의 어록 2007년 4월 1일 제8권 1호 7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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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분석심리학 이야기(2) - 분석심리학에서 본 '무의식' 2008년 10월 1일 제9권 2호 6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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