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letin

한국융연구원 회보 '길'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작성자 한국융연구원
발행일 2008년 10월 1일
권호 제9권 2호
ㆍ조회: 6087  
IP: 211.xxx.125
분석심리학 이야기(2) - 분석심리학에서 본 '무의식'


분석심리학 이야기 - 2

 

 

분석심리학에서 본 ‘무 의 식’

 

 

李 符 永

 

무의식이란 내가 가지고 있으나 모르는 마음이다. 나의 마음은 무한히 크다. 나는 그 가운데 극히 일부만을 알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마음을 의식이라 한다. 의식하고 있는 마음 너머에 무의식이 있다. 그것은 의식의 섬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와 같이 넓고 깊다.

 

바다 속에 많은 생물이 살고 있듯이 무의식에도 많은 심리적 요소들이 활동하고 있다. 바다의 물고기를 낚아 올려서 우리의 양식으로 삼듯이 내가 모르는 마음, 무의식 속에 있는 여러 내용들을 하나씩 알아 나가고 그것들을 의식에 동화시킬 때 우리의 의식은 확대되고 성숙된다.

 

무의식은 모든 정신활동의 샘이고 다양한 정신활동을 하게 하는 많은 씨앗을 저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무의식은 창조의 샘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무의식을 존중하고 깊이 살펴서 무의식의 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무의식은 우리의 그러한 노력에 응답한다. 우리가 잠잘 때 대뇌피질은 쉬고 있으나 자율신경계는 계속 활동하면서 생리적 평형을 유지하는 것 처럼 무의식 또한 나의 의식 활동이 한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무의식은 나의 의식면에 모자라는 부분을 채우고 보태서 내가 가지고 태어난 숨은 성격부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꿈은 무의식의 그러한 메시지를 상징적인 언어로 나에게 전해주는 통로이다. 그러나 그 언어는 너무나 특이해서 그것을 해득하려면 장기간의 훈련을 쌓아야 하고 훈련된 사람이라고 해서 다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무의식은 정말 무의식적이다.’ 라고 말한다. 우리가 무의식을 안다고 할 때는 그것이 의식의 내용으로 번역될 때에 국한된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체.게. 융의 개척자적인 발견을 통하여, 그리고 우리자신의 경험으로 검증한 바에 따라 무의식에 어떤 상징들이 있고 무의식이 어떤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를 추정할 수 있게 되었다.

 

분석심리학설에 의하면 무의식은 최소한 두개의 층으로 이루어진다. 개인적 무의식과 집단적 무의식이다. 더 깊은 층에는 정신이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신체도 아닌 것으로 이루어진 층이 있을 것으로 가정되는데 이것을 정신 비슷한 기능psychoid func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인적 무의식은 그 개인이 태어난 뒤 살아가면서 생긴 심층으로 여기에는 그 개인의 삶의 특성이 들어있다. 집단적 무의식은 태어날 때 이미 아기에게 갖추어져 있는 층으로 모든 인류의 보편적인 심성이 들어 있다.

 

여러분은 꿈에서 아는 사람과 만나 식사를 함께하거나, 혹은 늘 보는 건물에서 사무를 보거나 길거리를 거닌다. 일상생활과 비슷한 이런 꿈은 개인적 무의식에서 나왔거나 의식의 조각들이다.

 

그러나 때론 꿈에서 엄청나게 큰 동물에 먹힐 뻔 하거나 괴물에 쫓기거나 도저히 현실생활에서는 있을 법하지 않은 환상적인 여인, 영웅상, 하얀 산신령님, 혹은 신화나 민담에서나 볼 수 있는 이상한 형상들을 만나고 기괴한 사건들을 겪는다. 이런 꿈은 집단적 무의식을 표현하는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 무의식은 프로이드가 처음 무의식을 정의할 때 주장한 의식에서 억압된 성적욕구 이외에 의식에서 배제된 여러가지 다른 충동, 단순히 잊어버린 것, 그 자극이 미미하여 의식까지 다다르지 못한 심리적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집단적 무의식의 존재나 무의식의 창조적 자율성에 관한 통찰은 프로이드의 무의식에 관한 개념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신 프로이드 학파에 속하는 에리히 프롬은 융의 집단적 무의식과 원형 학설의 영향을 받아 보편적 상징 universal symbols이라는 개념을 제창하였다.

 

이렇게 말하면 여러분은 ‘아 분석심리학에서는 무의식을 그렇게 보는 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호기심이 많고 나이브한 청년이 나에게 몇 번 분석을 받더니 이런 말을 했다. ‘융 학파에서는 꿈을 좋게 보는 군요.’ 프로이드 학파처럼 근친상간의 욕구 같은 무서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었을까. 얼마 지나서 그의 문제가 꿈에 모습을 드러내자 이런 저런 구실을 대고 황망히 떠나버렸다. 무의식이 창조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의식이 아름답고 멋있는 이미지만 내보내지 않는다. 파괴와 희생이 없는 창조는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자기의 무의식을 보는 일은 괴로운 일이며 그 괴로움을 통하여 통찰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 통합된 자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무의식’이라는 것이 정말 있는 것일까? 꿈은 정말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나도 처음 분석을 받을 때 가지고 있었다. 취리히 융 연구소 소장 프란츠 리클린에게 분석을 받을 때 일이다. 독일어가 짧아 쩔쩔 매면서 꿈을 독일어로 번역하고 타이프 쳐서 가지고 가서 꿈의 분석을 받는데 꿈에 대해서 분석가가 해석해 주는 내용은 내가 몰랐던 측면이 아니라 나도 알고 있던 나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례하게도 그 이야기를 말하면서 물었다. 당신네 서양사람 들은 왜 의식, 무의식을 나누는가 하고. 리클린 박사가 나에게 몇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고자 했으나 나는 별로 실감을 못 느꼈다. 아마도 그 당시의 나의 독일어실력으로는 내가 알아들은 이야기만 이해하였을 것이고 리클린 박사도 복잡한 이야기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여간 리클린 박사에게 150시간의 교육분석을 받은 끝에 폰 프란츠 박사로부터 분석을 받게 되면서 나는 차츰 ‘무의식이 정말 존재한다’는 통찰을 갖게 되었다.

 

무의식의 표현이라고 하는 꿈은 정말 무슨 뜻을 가지고 있을까? 그것을 알고 싶으면 자기의 꿈을 적어서 분석가에게 가서 그 뜻을 찾아보는 개인분석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무의식이 뜻이 있고 없고 하는 말을 하려면 장기간 스스로 경험해보지 않고는 할 수 없다. 이 경우 분석은 반드시 자격있는 전문가나 그 전문가에게 지도를 받고 있는 전문과정 연구원에게서 받을 것을 권한다. 비 전문가 끼리의 꿈에 관한 대화는 서로의 콤플렉스를 강화시킬 뿐 지기자신의 통찰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집단에서 꿈을 토의하는 것 또한 지적인 놀이 이외의 아무런 득이 없다. 무의식은 정신적인 위기에 처해서 진정으로 무의식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만 문을 열어주며 그 뜻은 개인과 개인의 진지한 대화 속에서 드러난다. 호기심이나 지적인 관심만으로는 무의식의 보배를 결코 얻을 수 없다.

 

발행일 권호
한국융연구원 회보 ‘길’지 우송에 대한 안내 16497
73 분석심리학 용어해설 - 전이와 역전이 Transference and countertransferen.. 2006년 10월 1일 제7권 2호 15205
72 분석심리학 용어해설 - 투사(投射 Projection)란? 2000년 12월 30일 제1권 1호 8114
71 분석심리학 용어해설 - 심리학적유형 (5) -직관형 intuition type 2006년 4월 1일 제7권 1호 7967
70 융의 어록 2007년 4월 1일 제8권 1호 7962
69 분석심리학 이야기(8) - 단어 연상검사와 콤플렉스의 발견 2011년 10월 18일 제12권 2호 7523
68 분석심리학 용어해설 - 심리학적유형 (4) -감정형 feeling type 2005년 4월 13일 제6권 1호 6939
67 융의 어록 2010년 4월 12일 제11권 1호 6862
66 융의 어록 2011년 10월 18일 제12권 2호 6563
65 분석심리학 이야기(11) - 융학파의 정신치료는 ‘분석’이다. 2013년 4월 8일 제14권 1호 6175
64 분석심리학 이야기(2) - 분석심리학에서 본 '무의식' 2008년 10월 1일 제9권 2호 6087
63 西蕉칼럼 - C. G. 융의 유산 - C.G. 융 서거 50주년을 보내며 2011년 10월 18일 제12권 2호 5744
1234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