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letin

한국융연구원 회보 '길'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작성자 한국융연구원
발행일 2013년 4월 8일
권호 제14권 1호
ㆍ조회: 6069  
IP: 211.xxx.125
분석심리학 이야기(11) - 융학파의 정신치료는 ‘분석’이다.
분석심리학 이야기
Stories of Analytical Psychology
 
 
융학파의 정신치료는 ‘분석’이다.
 The Identity of Jungian Analysis and Psychotherapy
 
 
   융 학파의 정신치료는 분석이다. 분석이란 분석가에 의해서 실시되는 치료를 말한다. 분석가란 무엇인가? 분석가의 정규수련을 마친 사람을 말한다.
 
   전 세계 주요도시 마다 융 연구소들이 있다. 거의 대부분이 국제 분석심리학회의 심사를 거쳐 승인된 수련 계획에 따라 분석가의 수련을 하고 있다. 그곳을 나오면 자동적으로 국제학회 회원이 되고 분석가로서 인정받게 된다. 각 지역 학회의 분석가 수련이 국제학회의 승인을 받으려면 최소한 10명 이상의 국제학회 회원 분석가가 있어야하고, 수련계획과 윤리위원회 규정을 심사받아야 하며 그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어렵다. 심사결과가 국제학회 이사회를 거쳐 대의원총회에서 인준되면 그 학회나 연구소는 수련 학회(Training Group)가 된다. 한국 융 분석가협회(KAJA)는 이런 과정을 거쳐 2007년부터 국제학회의 수련학회로 인정되었고 한국 융 연구원은 국제학회 공인 수련규정과 윤리규정에 따라 수련을 계속해오고 있는데 연구원 수료와 함께 자동적으로 한국 융 분석가 협회의 회원이 되는 동시에 국제학회 정회원으로 등록되어 국제 공인 분석가의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공인된 수련기관이 없는 나라에 대해서는 국제학회에 개인멤버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이 또한 국제학회 회원에 의한 교육 및 지도분석과 소정의 교육에 대한 국제학회 심사위원회의 서류심사와 개인 별 구두시험을 통과하고 이사회, 정기총회를 모두 통과해야한다. 우리나라도 수련학회가 되기 전에는 이런 방식으로 회원을 가입시켰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어떻든 ‘분석가’로 인정받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분석가 수련의 철학은 ‘남을 치료하려는 사람은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한다’는 데 있다. 이 원리는 융 학파 뿐 아니라 프로이드 학파, 실존 분석 학파 등에서 공통된다. 융 학파의 정신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의식의 뜻을 이해하고 무의식의 콤플렉스를 의식화하거나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융 학파에서 주로 다루는 무의식의 자료는 꿈이다. 융 학파에서 꿈은 억압된 본능적 욕구 뿐 아니라 정신생활에 활력을 주는 창조적 원천이다. 거기에는 개인적이며 객관적 현실과 관계되는 내용도 있지만 상징적으로 이해해야할 신화적 요소들로 가득 찬 집단적 무의식의 원형 상들이 있다. 이것을 이해하기위해서는 신화 민담, 비교종교학, 원시 심성 등, 상징사적 연구가 필요하고 꿈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오랜 분석경험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무의식이 꿈을 통해서 꿈꾼 사람에게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는 일이다. 융은 “꿈은 감추지 않는다. 가르쳐준다.”고 말한 바 있고 꿈이 무의식에 존재하는 전체정신의 핵, 즉, ‘자기Selbst’의 의도를 나타낸다고 하였다. 꿈은 말하자면 매일 매일 ‘자기’가 꿈꾸는 자의 ‘자아’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자기’란 의식의 중심인 ‘자아’와 달리 의식과 무의식을 포괄한 그 사람의 전체정신, 그 사람의 진정한 본성인 동시에 전체가 되게 하는, 모든 개인에게 있는 잠재력이며 선험적 조건이다. 분석의 목표는 그 사람의 본성을 찾아주는데 있다. ‘자기’, 혹은 ‘자기원형’의 메시지는 독특한 상징 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에 해득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그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 또한 수련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오랜 기간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모든 학파가 꿈을 이렇게 이해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학파 마다 다른 이론과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 다만 융 학파의 정신치료를 표방한다면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융 학파의 정신치료가 분석가의 ‘분석’이외의 다른 것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융 학파와 조금 다르게 무의식을 보는 프로이드 정통학파에서도 수련기간이 상당히 긴 것을 보면 비합리적인 무의식을 이해하는 과정이 얼마나 오랜 경험을 필요로 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프로이드 학파는 여러 갈래로 나누이고 수정되면서 정통정신분석과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Psychoanalytically oriented psychotherapy를 구분하고 있다. 후자는 정통정신분석이론에 토대를 두지만 여러 가지 새로운 이론과 수정된 방법으로 치료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를 본 떠서, 혹은 “별 생각 없이”, 융 학파에도 분석요법이외에 ‘분석심리학적인 입장에서 하는 정신치료’라는 범주를 고안하여 분석가 수련보다 단기간의 수련으로 교육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이것은 무척 나이브하고 어떤 점에서는 매우 위험한 처사이다.
   물론 분석심리학의 인간관과 관점은  어떤 정신치료에서도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것을 융학파의 정신치료라 부르지 않는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무의식의 이해’이다. 대학에서 전공의들에게 융의 정신치료를 가르치면서 내가 항상 한계에 부딪힌 것은 꿈의 분석이었다. 꿈의 분석의 경험이 없거나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에 무의식의 심리학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꿈을 적당히 보는 것은 모르는 것 보다 더 위험하다. 그러니 ‘분석심리학적인 방향의 정신치료자’라는 것이 있다면 그는 ‘꿈을 적당히 보는 사람’, ‘상징을 보는 훈련이 덜 되어있는 사람’일 수밖에 없고 이를 책임있는 융 학파의 정신치료자라고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사람을 ‘치료자’의 이름으로 양산한다면 그 사람이나 환자에게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순수하게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서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무의식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위험한 일인지 잘 모를 수 있다. 분석가는 이들의 욕구에 영합하기보다 이들에게 무의식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정규수련을 받도록 잘 인도할 필요가 있다. 세계 어디에도 분석가가 개인적으로 ‘적당한 분석치료’교육을 하는 곳이 없고 그런 학회도 없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가르치는 것이 좋고 사람들이 모여서 가르치다 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쉬운데 적어도 분석가라면 그것이 장차 환자 치료에 어떤 파장을 미칠 지를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분석가 수련은 융의 분석심리학의 입장과 인간을 보는 기본자세를 갖추는 최소한의 조건일 뿐 분석가가 되었다고 무의식을 속 속 들이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제부터 더욱 겸손하게 무의식의 의미를 주의 깊고 성실하게 살피고 공부해가는 자세를 갖게 되었을 뿐이다. 융 학파의 정신치료의 특징은 방법보다도 이러한 기본자세를 중시하는 데 있다. 방법은 오히려 다양하고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 어떤 방법을 구사하든 무의식의 객체정신, 즉, ‘자기’의 의도를 살피고자하는 태도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자세가 없는 심리학은 융이 말했듯이 혼이 없는 심리학이다. 방법은 쉽게 흉내 낼 수 있다. 그러나 혼이 있는 심리학을 몸소 터득한다고 할 때, 어찌 긴 시간과 각고의 인내가 필요치 않겠는가 ! 
 
이부영
한국융연구원장
발행일 권호
한국융연구원 회보 ‘길’지 우송에 대한 안내 16460
73 분석심리학 이야기(11) - 융학파의 정신치료는 ‘분석’이다. 2013년 4월 8일 제14권 1호 6069
72 융의 어록 2013년 4월 8일 제14권 1호 3201
71 西蕉칼럼 - 開院 15周年 2013년 4월 8일 제14권 1호 2347
70 분석심리학 이야기(10) - '불안한 낙관주의' 2012년 10월 23일 제13권 2호 3095
69 융의 어록 2012년 10월 23일 제13권 2호 2049
68 西蕉칼럼 - ‘주폭 酒暴’은 환자다. 2012년 10월 23일 제13권 2호 2230
67 분석심리학 이야기(9) - 龍(용) 꿈 Dream of a divine dragon 2012년 4월 23일 제13권 1호 2484
66 융의 어록 2012년 4월 23일 제13권 1호 1570
65 西蕉칼럼 - "나는 압니다." "I know." 2012년 4월 23일 제13권 1호 2191
64 분석심리학 이야기(8) - 단어 연상검사와 콤플렉스의 발견 2011년 10월 18일 제12권 2호 7371
63 융의 어록 2011년 10월 18일 제12권 2호 6399
1234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