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letin

한국융연구원 회보 '길'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작성자 한국융연구원
발행일 2012년 10월 23일
권호 제13권 2호
ㆍ조회: 2230  
IP: 211.xxx.125
西蕉칼럼 - ‘주폭 酒暴’은 환자다.

서초西蕉칼럼

Seocho Column

 

주폭 酒暴은 환자다.

 

 

얼마 전부터 모 일간지의 적극적인 협조아래 술주정꾼들의 폭행이 꾸준히 고발되고 이에 대한 공권력의 단호한 단속과 처벌이 진행되고 있다. 사법계도 알코올 중독 상태에 있는 사람의 폭행에 대한 지금까지의 관대한 판결을 지양하고 엄격한 처벌방침을 들고 나왔다. 상습적 술주정성 폭력이 이와 같은 강력한 대책 덕분에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에는 이런 주폭을 병원 응급실에 데려가 강제입원을 시키는 방책이 제기되었는데 난동을 벌리는 주폭 들을 무슨 수로 다룰 수 있느냐고 일부 병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자살, 어린이 성추행과 살해, 따돌림, 학교폭력, 약물 남용 등 경제적 발전의 그늘진 곳에서 그림자처럼 자라난 문제들과 함께 알코올 문제가 새삼스럽게 정책운용자의 관심의 대상으로 등장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이미 선진국이 오래전부터 겪고 다각도로 대책을 세우고 문재 해결을 위해 힘을 기우려온 것들이었다. 국민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대책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 와있다고 할 것이다.

 


 

40여 년 전 일이다. 스위스의 한 주립정신병원에서 정신과의사로 일할 때 이야기다. 알코올 환자가 거의매일 경찰차에 실려 병원으로 왔다. 그중의 한 환자는 술을 마시고 유리창을 부셨는데 아들이 경찰에 고발해서 실려 온 사람이었다. 처음에 나는 술을 마시고 유리창을 부셨다고 해서 아버지를 경찰에 고발한 아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곧 나는 이 나라에서는 법이 사람을 벌줄 뿐 아니라 보호해주기 위해서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들은 아버지를 고발한 것이 아니라 보호를 요청했고 경찰은 아버지의 을 고치게 하기위해 병원으로 데려온 것이다. 알코올 중독자가 일정기간 입원치료를 받고 나면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퇴원 후 대책을 세우게 된다. 바로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중간단계의 재활기관을 거치게 되어있다. 알코올 지도자의 지도아래 집단합숙하며 각종 일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환자에게 일을 시키면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하지만 노동을 자랑스럽게 여기며작업치료의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유럽 정신병원에서 노동은 중요한 치료 및 재활수단이다. 그러니 중간단계의 요양 및 재활기관에서 각종 노동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고 물론 응분의 보수를 지급한다. 병원에서 바로 집으로 퇴원하거나 중간사에서 사회로 나갈 때에는 반드시 알코올 사회복지사가 환자를 담당하고 정기적으로 환자를 만나 그의 사회생활, 경제문제, 무엇보다도 술 습관과 음주행태를 감독하게 된다. 대부분 절대 금주가 원칙이다. 스위스에는 술 없는 레스토랑 alkoholfreies Restaurant이 아주 값싸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금주 명령을 어긴 사람이 술파는 음식점에 가면 악화된 것으로 간주하고 재입원을 고려하거나 더 철저한 감독을 받게 된다. 알코올중독으로 인하여 월급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에는 재산관리보증인을 두어 관리하게 하는데 대개 지역사회의 장, , 촌장, 우리 같으면 동장이나 이장이 맡는다. 스위스에는 알코올 환자의 분류, 퇴원 후 재활치료의 적용에 관한 세밀한 법적 규정이 되어있다.

종교개혁자 츠빙글리와 칼빈의 나라 스위스는 유난히 술에 관해 까다로운 편이지만 그렇다고 즐겁게 술을 마시는 것을 금하고 있는 나라는 아니다. 다만 때와 장소에 따라 지켜야할 에티켓이 있다. 츄리히의 한 레스토랑-뫼벤 픽이었다.- 에서 두 젊은 여자가 밥 먹다가 신이 나서 두 손으로 북치듯 식탁을 빠르게 두드렸는데 식당 지배인이 즉시 그들 앞에 나타나 말없이 쏘아보는 나머지 두 여인이 크게 당황한 것을 목격한 일이 있다. 밤 열두시는 폴리차이슈툰데(경찰시간)라고 해서 가게 문을 다 닫는다. 그러나 바젤과 취리히, 베른에서 부활절 전의 화스나하트(카니발)는 마음놓고 광대노릇을 해볼 수 있는 축제의 한마당이 벌어진다. 그러나 여기서도 밤 12시에 가면을 모두 벗고 자신을 밝히는 시간이 있다. 음주남용의 사회적 문화적 조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스위스의 알코올남용 및 중독에 관한 정책은 현재 더욱 세밀한 법적 규제를 통하여 강화된 인상을 주고 있다. 술 중독에 대한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주폭이 범법자로서 경찰에 의하여 고발되고 재판에 의해 징역을 살게 된다 하더라도 복역 중에 제대로 된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게 될지 의문이고 무엇보다도 퇴소하면 다시 술 마시고 보복성 폭력을 휘두르게 될 터이니 일시적인 격리나 경고의 효과는 있겠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술을 끊는 치료를 받아야할 음주장애환자이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의한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하여야한다.

주폭에는 여러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술을 마셨으나 자기가 하는 일의 옳고 긇음을 상당히 인지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 술만 마시면 사람이 돌변하여 공격적이 되고 자기가 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 또는 폭력행위를 하기위해 일부러 술을 마시고 행패하는 경우, 알코올의 판별능력에 대한 영향에 관한 평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환자의 행위의 최종적인 도덕적 판단은 판사가 내릴 일이지만 이른 바 주폭을 음주장애자로서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

이들은 일차적으로 병원응급실을 통해서 정신건강의학과의 특수병동에 입원되어야 한다. 이런 환자를 치료하려면 병원응급실에 정신의료응급실과 이것을 담당할 정신의료응급팀이 있어야한다. 적어도 국공립병원에는 이런 설비와 조직이 있어야 할 터이지만 내가 아는 한 그런 준비가 된 곳이 매우 드문 것 같다. 알코올사회복지사의 양성도 필요하고 치료감호소의 확충도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정신의료가 아직도 여전히 환자의 격리 수용에 치중하고 사회복귀나 재활에 큰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자의 가족은 음주남용의 직접적인 피해자이므로 환자의 퇴원 후 재발이 두려워서 환자를 정신요양병원에 장기 입원 격리해두고자 한다. 퇴원은 안 시키고 한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계속 이송해서 환자의 사회복귀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러나 알코올환자의 퇴원후 치료와 재활은 매우 중요하고 또한 효과적이다. 병원외래에서 의사와 환자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개인정신치료도 분명 도움이 된다. 잘 짜인 알코올 환자 집단 재활프로그램도 유익하다. 또한 우리는 좋은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알코올 익명자 클럽 (AAClub)(알콜 의존자 자조모임)의 훌륭한 성과를 알고 있다. 지역공동체의 사회복귀 재활 프로그램을 확대 촉진 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주폭을 말하고 있다. 술로 인한 눈에 띄는 폭력에 충격을 받고 우선 이것을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결코 잊어서는 안될 사람들이 있다. 유능하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과도한 음주로 뇌의 신경세포를 죽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알콜중독자의 자기 파괴에 대해서도 주목을 기우려야한다. 몸에 해로운 것을 알면서도 계속 과음하는 행위는 만성적인 자살과 다름이 없다. 그런 점에서 보더라도 알코올 환자의 재활프로그램이 좀 더 활발히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알코올 문제는 정신의료인이나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삐뚤어진 음주문화의 근본적인 반성과 건전한 음주문화를 창달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이미 한 대기업에서 선언하고 나섰다. 반가운 일이다. 대중매체의 협동은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하다. 우리의 음주문화는 특단의 법적 조치가 필요할 만큼 무절제하고 개인의 인권은 물론 생명을 위협하는 집단강제음주 풍습으로 얼룩져있다.

한국인의 음주문화는 고대북방 부족들의 음주행위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고대史書,(후한서 동이전, 삼국지 위서동이전등)에 의하면 고구려, 부여, 예 등 우리의 조상들은 축제날에 남녀가 모여 밤낮으로 술마시고 노래하며 춤추며 귀신을 섬겼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의 조선족과 한족 사이의 음주양태를 비교한 연구도 있는데 조선족에 알코올남용이 많았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의 음주양태에는 두 가지 문화적 요인이 있는데 하나는 샤머니즘이고 다른 하나는 유불도의 고등종교의 영향이다. 여기에 아마도 일제군국주의의 남성성과시와 집단주의의 유물이 간여할지도 모른다.

샤머니즘은 엑스타시(망아경)를 지향한다. 격정적인 감정적 절정에서 샤먼은 하늘과 땅의 경계를 뚫고 하늘로 혹은 지하계로 날아간다. 하나가 되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다. 나와 너의 경계, 위와 아래의 경계, 모든 경계를 부셔버리는데 사람들은 춤과 노래와 그리고 술을 이용했다. 술 중독자의 심리 속에도 이런 하나 되고자 하는, 경계를 없애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샤먼에게는 엑스타시 속에서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 환자의 몸에 다시 넣어주는 치유의 목적이 있지만 우리의 환자는 아직 그 목적을 모르는 채 오직 알코올에 취하여 망각과 무절제의 자유에 자신을 수동적으로 맡기고 있다. 엑스터시를 별 노력 없이 약물의 도움으로 경험하려는 시도가 동남아 샤머니즘에서도 발견되지만 종교사학자 엘리야데는 이를 샤머니즘의 타락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엑스타시를 체험하는 능력은 피나는 수련끝에 이루어지는 것인데 나는 우리의 조상 샤먼들이 술 만으로 망아경에 도달했다고 보지 않는다.

현재 우리의 음주문화는 조상의 유쾌하고 활달한 성품을 외곡하여 타락한 샤머니즘을 좇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른 바 건전한 음주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전통 속에 샤머니즘만큼이나 유구한 세월을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우리피부에 각인되었을 또 하나의 귀중한 문화 요인을 재 발굴해야하겠다. 그것은 곧 동양의 유불도 고등종교의 전통을 바탕으로 한 음주문화이다. 그것이 무엇이라고 한 마디로 말할 수는 없다. 풍류, 여유, 유연의 멋, 달과 별을 노래할 수 있는 경지라고 할까. ‘주폭이 아니고 주선酒仙이 되는 것이다. 해로운 것을 유익하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정신건강 증진에서 마음에 관한 공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부영 B.Y. R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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