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letin

한국융연구원 회보 '길'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작성자 한국융연구원
발행일 2012년 4월 23일
권호 제13권 1호
ㆍ조회: 2485  
IP: 211.xxx.125
분석심리학 이야기(9) - 龍(용) 꿈 Dream of a divine dragon

분석심리학 이야기(9)

Stories of Analytical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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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of a divine dragon

 

의 해, 설날이 지난지도 두달이 넘었다. 용은 서양에서는 극악무도한 괴물이지만 동양에서는 신성한 상상의 동물로 기후를 조절하고 초자연적인 힘과 지혜를 발휘하는 구슬, 여의주如意珠를 입에 물고 있는 신격(神格)이다. 그는 하늘의 아들(天子)인 지상의 왕의 표징이기도 하다. 한국사람들은 용꿈을 꾸었다면 권좌에 오르거나 큰 영예를 획득하는 징조라고 믿어왔다. 요지움같은 선거철에는 꿈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꿈에서 용을 보았다면 국회의원에 당선 될 꿈이 아닌가 한번쯤 기대해 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꿈의 예시적인 기능만을 주로 생각해 온 것이 전통해몽의 경향이었으니 무리도 아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을 두 번 보았다. 한 번은 어릴 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긴 장마가 막끝난 어느날 동네 아이와 함께 흐린 회색하늘을 보고 있었다. 아이가 소리쳤다. “, 용이다.” “어디 ?”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짙은 회색의 용처럼 꼬불꼬불한 구름이 하늘 높이 뻗쳐 오르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긴가 민가 하면서도 설래이는 기분이었다. 두 번째는 40대 중반 쯤 나이에서 꿈에서 용을 보았다. 그것도 정초에 청룡이 하늘에 오르는 꿈이었다. 하늘위로 나르는 파란 용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했다. 이 꿈이 무엇을 알려주는 꿈인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을 예시하는 꿈인가? 당연히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용은 무의식의 내용가운데서도 일상적인 것이 아닌 원형적 상징이고 원형상이 꿈에 나타날 때는 그 개인이나 시대에 큰 뜻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는 당시 그 뜻을 잘 알수가 없었다. 다만 청룡은 젊은 용으로 영웅상을 나타낼 수 있음을 짐작할 뿐이었다. 당시 나는 대학에서 몹시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분석심리학 책도 써내고 학회도 만들고 학생교육, 진료등 교실과 정신과학회의 자질구래한 행정일에서 학문연구까지 일이 많았다. 그러나 특별히 영웅적인 일이라 할 만한 것이 못되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해 봄학기에 나는 갑자기 복부의 선통과 황달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지 않아 입퇴원을 거듭하며 고생했다. 결국 담석증임이 확인되어 수술을 받고 회복되어 퇴원한 것이 그해 가을이었다.

정초의 꾼 청룡의 꿈이 그해 일어난 병고病苦의 시련을 예고하였다고 할 만한 확실한 근거는 없다. 더구나 담석증은 일차적으로 생물학적 과정으로 결석이 형성되는 질환으로 전형적인 심인성신체장애에 속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청룡의 꿈은 상징적으로 영웅원형에 사로잡힐 위험성을 안고 있는 꿈이라고 할 수는 있다. 원형과 동일시함으로써 자아가 팽창하여 무슨일이나 할 수 있는 것 같이 착각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 다음의 결과는 영웅신화의 정석대로 영웅의 좌절과 시련이다. 나는 병으로 인하여 긴 병상생활을 했다. 그것은 다른 한편 온갖 외향적인 작업에서 물러나 내향화 하는 기회였고 시련을 통해 재탄생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용꿈을 꾼다고 모두 똑같은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꿈의 내용과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용꿈을 꾸는 사람에게 용꿈을 꾸었다고 좋아하지 말고 조심하라고 이르고 싶다. 우리 마음속에는 온갖 신들, 즉 초자연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자아는 그것들을 모두 소화시키지 못한다. 그러므로 원형상이 꿈에 보일 때 주의깊은 관조의 자세로 겸허하게 그 알 수 없는 뜻을 살펴야 한다. 원형에 대한 경솔한 해석은 그 해석을 한 사람에게 해롭다고 융은 말했다.

(李符永 B.Y. R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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