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letin

한국융연구원 회보 '길'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작성자 한국융연구원
발행일 2012년 4월 23일
권호 제13권 1호
ㆍ조회: 2214  
IP: 211.xxx.125
西蕉칼럼 - "나는 압니다." "I know."

서초西蕉칼럼

Seocho Column

 

 

"나는 압니다."

"I know."

 

 

 

19593월 영국 BBC TV의 죤 프리맨과의 인터뷰에서 프리맨이 융의 어린 시절의 종교교육에 관해서 물으면서 선생님은 지금도 신을 믿습니까 ?”하고 물었을 때 융은 위와 같이 대답했다. 이 대목의 자세한 대화내용은 다음과 같다;

 

프리맨 : 부친은 당신에게 어떤 종류의 종교적 가르침을 주셨습니까?

: , 우리는 스위스 개신교였습니다.

프리맨 : 그러면 부친은 당신에게 규칙적으로 교회에 나가도록 하였나요?

: 아 물론이지요. 당연한 일이었지요. 누구나 일요일에는 교회에 갔습니다.

프리맨 : 그럼 선생님도 신을 믿으셨읍니까?

: 그랬지요.

프리맨 : 선생님께서는 현재 신을 믿으십니까?

: 현재? [잠깐 침묵] 대답하기 어렵군요. 나는 압니다. 믿을 필요는 없어요. 나는 압니다.

 

한국의 개신교도 중에는 융이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 않고 안다고만 한 것을 무척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융의 나는 안다고 한 발언은 덮어놓고 믿는다는 말 보다 몇배 강력한 신념이 들어있는 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엘라 야페가 엮은 융의 회상기를 보면 어릴 때부터 목사인 부친의 1800년대 신앙세계에 대하여 융이 얼마나 깊은 회의에 빠졌고 치열한 갈등을 겪었는지 알 수 있다. 그가 청년기에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포괄한 신의 본체에 관한 생각을 끝까지 추구해 들어갔을 때 그는 극적인 환상을 보았고 거기서 구원의 해방감을 느꼈다. 그는 그것을 신의 응답이며 계시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의 무의식에 관한 체험을 통한 연구에서 그는 인간무의식 속에서 의 상을 발견했다. 반대파들은 융이 무의식을 신격으로 올려놓았다고 비난했다. 마치 무의식은 당연히 진화의 찌꺼기, 위험한 충동의 창고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어야 하는 듯이.융이 발견한 것은 형이상학적인 신이 아니다. 사람들이 이라고 상상하고 있는 것의 살아있는 상징이었다. 이러한 발견은 단순한 지적인 산물도 믿음의 결과도 아니고 체험한 바를 생각하며 성찰한 결과이다. 융은 항상 자기의 입장은 현상학적 입장이고 자기의 심리학은 사실의 학문이며 그 점에서 자연과학의 입장과 같다고 보았다. “생각은 믿음의 적이 아니다.” 하고 주장한 융은 동양에는 서양에서 볼 수 있는, 종교와 과학 사이의 갈등이 없다. “동양에는 인식하는 종교가 있고 종교적 인식이 있다고 했다. (덮어놓고) 믿는다는 말에 융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는 프리맨과의 인터뷰 중 죽음에 관해 물었을 때 융이 보인 반응에서도 볼 수 있다.

 

프리맨 : 선생님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마 죽음이 종말이라고 믿으시는지요?

: 글쎄요. 말할 수가 없네요. 아시다시피 믿음이란 말은 내게는 무척 어렵습니다. 나는 믿지를 않아요. 내게는 어떤 가정을 하려면 그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내가 어떤 것을 알게 되면 나는 그것을 알 뿐이지 꼭 믿어야 할 필요는 없는 거죠. 예를 들면 믿기 위해서 믿는 것을 나는 결코 내 자신에 허용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것을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가정이 있고 이를 성립시키는 충분한 이유들이 있다면 나는 당연히 그것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우리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선입관, 독단 같은 주관적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자하는 융의 현상학적 입장이 극명하게 표현된 반응이다. 융은 덮어놓고 믿기를 강요하는 태도가 얼마나 진실에 이르는 길을 가로막는지를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믿는다는 말을

쓰기를 꺼려했다. 그러나 그가 신을 믿느냐는 질문에 나는 안다고 대답한 데는 앞에서 말한 대로 단지 객관적 사실을 안다는 뜻을 넘어선 큰 의미가 들어있을 것 같다. “. 내가 그 사람을 알지했을 때 그 앎은 때론 그 사람의 전체를 안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프리맨과의 대화에서 융은 을 안다고 한 것이다. 그는 을 만났고 의 뜻을 알았다. 그러니 을 덮어놓고 믿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의 체험과 많은 사람들의 체험들을 깊이 관찰하고 생각한 결과 그는 을 알게 되었다. 이 얼마나 강력한 앎인가. 나는 그의 앎이 그의 심사숙고를 통해 다다른 확신 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맨은 믿음이라는 말 대신에 다른 말로 질문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믿음이 다르다는 이유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있다. 이념으로 내편 네편을 가르고 원수처럼 서로 비방하며 피투성이의 싸움을 버리고 있다. 이것이 모두 덮어놓고 믿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데서 온 현상이다. 우리사회도 이 대극갈등의 한복판에 있다. 이념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에서 벗어나 국가와 인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깊이 성찰하는 개인들이 많을 수록 이 나라의 앞날은 밝을 것이다.

(이부영 B.Y. Rhi)

 

 

 

 

 

 


발행일 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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